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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예술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개인의 삶이 팍팍해 넓게 보지 못하고 나만 알기에 십상이다. 처음엔 그 역시 자신의 필요 때문에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본인에서 주변 작가로 곧 그처럼 장사하는 이들의 모임으로 그 후엔, 동네 전체로 이젠 아예 범 지역적인 범주로까지, 그가 관심 기울이며 관여하는 활동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이자 이유는 바로 예술. 갤러리 밖으로 나와, 예술의, 예술에 의한, 예술을 위한 ‘홍익(弘益) 활동’에 여념이 없는 아트 딜러 김남균의 무한 확장된 예술 이야기.
예술이라는 것은 그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그 해석도 분분하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엔 예술을 미와 연관된 좁은 의미로만 받아들였던 게 사실. 하지만 그와 인터뷰한 후에는 어쩌면 예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것에 걸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의 확장은 어디까지인지, 예술과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엮여 있는 건지⋯ 예술에 대한 기존의 좁은 정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방을 겸한 그 문화 갤러리를 운영하고 아트 딜러로 그림도 파는 사람, 김남균 대표는 신진 작가부터 동네 카센터 사장님까지 제한 두지 않고 아티스트를 발굴하기도 하고, 재미지는 기획 전시를 구상하기도 하고, 간간이 그림을 판매하기도 한다. 동네 사람들 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페스티벌을 열기도 하고,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를 맡기도 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이슈화하기도 하고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지식재산 학위란 법을 공부하고 ‘골목 사장 생존법’이란 책을 내더니 국회의원과 만나 법안도 발의해 이미 2차례 개정 완료시켰다. 이 모든 것을 그는 예술이라 말한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최근에 만난 사람들은 나를 도시 공학자나, 사회운동가로 알더라. ‘젠트리피케이션’(도시화로 새들이 사는 둥지를 잃은 것처럼, 다소 낙후됐던 지역이 뜨면서, 전과 다르게 임대료가 오르고 상권의 부흥에 힘썼던 소규모 상인들은 높은 집값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동네를 떠나게 되는 현상)과 ‘문화 백화현상’(뜨는 지역이 되어 임대료가 오르면 지역만의 개성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던 작은 상권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규모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며 지역 본래의 개성과 분위기를 잃는 현상)을 알리고 이해시키며 장사하는 사람, 예술 하는 사람, 공간 임대한 사람 모두 원만한 선에서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 여러 의제 생산자로 생각할 문제들도 제시하고 있다. 한데 그럼 뭐 하나, 우리 아들이 얼마 전에 자기 친구한테 그러더라. ‘우리 엄마는 대표야, 우리 아빠는 놀고.’
예술 하는 사람이 하는 일 치곤 다소 범주 밖인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이건 지극히 창작 활동하는 사람들과 소상인들 문제니까. 결국, 내 이야기고, 내가 할 일이 맞다. 내가 먹고살려면 창작해 주는 아티스트들이 주변에 함께 있어야 하는데, 높은 임대료로 이 친구들이 점점 떠나는 거다. 나 역시 크게 피해 본 적은 없지만, 여러 번 이사 다니며 고생하다 보니, 무얼 해야 바뀔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 어차피 다 같이 더불어 살게끔 만들어진 게 사람인데 공동체가 다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나. 마침맞게 나와 같은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겠다, 재밌게 법도 공부했겠다, 국회도 코앞이고, 게으른 내가 행동하기 좋은 여건이 갖춰졌으니 궁리해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 보는 거지. 궁금한 건 알아보고 깊이 파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그리고 근현대 예술 철학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기존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생산해 내는 게 예술이니 난 지극히 예술 활동을 하는 거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좀 나아졌나?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처음엔 용어조차 생소했던 ‘젠트리피케이션’이나 ‘문화 백화현상(이 용어는 그가 만든 것이란다)’을 알리고 문제의식을 함께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홍벨트 페스티벌을 통해서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생각 차이를 줄이고 지역색을 보여줄 수도 있었고.
다행이다. 그럼 이제 아트 딜러로의 김남균에 관해 얘기해보자.
처음부터 아트 딜러를 해야지.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mqpm을 운영했었는데 창작자들에게 지극히 불리하게 되어 있는 법적 문제도 그렇고 매번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상황도 지겹더라. 1평짜리 방 안에 갇힌 느낌이랄까⋯ 확장성 없이 오히려 매몰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동 쉽지 않으니 그럼,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 하나 만들면 좋겠다 싶어 그렇게 그 문화 갤러리를 시작했다. 나 역시 그림 그리던 사람이었고, 주변인들도 다 작가들이니까 자연스레 전시 공간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판매도 하게 됐고. 좋은 컬렉터도 많이 만났었다. 하지만 성공한 아트 딜러는 아니다. 여전히 그림을 판다는 건 내게 어색하고 너무 막연한 일이다.
그림을 그렸었다고?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 생활도 했다. 엄마가 글 쓰시는 작가신데 내가 중학생이던 어느 날 천진하고 순수한 그림이 필요하다 하시며 내게 본인 책의 일러스트를 부탁하셨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초록 반 아이들’이다. 운 좋게도 열여섯 살에 데뷔한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우리 집 경제도 살리고, 어린 나이였던 나도 작가님 대접받으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후 대학에서 미술 전공하고 나같이 일러스트 작업하는 사람을 모아 회사를 낸 거지. 이 바닥 금수저일 수도 있겠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는 시작하자마자 탑을 찍었는데, 아트 딜러로선 어땠나?
아까도 말했지만 운 좋게도 좋은 컬렉터분들이 제 발로 나타나 주셨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오픈 마인드로 새로운 것 찾아 여기까지 온 분들이셨는데 지속적 관계 맺기도 못했고, 적극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도 못했다. 전시 기획은 너무 재밌고 쉽게 하는 편이고, 또 편하게 관람하러 오신 분들께는 작품 이야기도 곧잘 하는데, 소장하고 싶어 문의하시는 컬렉터분들만 만나면 어색하기 그지없더라. 문제는 나였다. 간혹 작품 가격을 깎으려 하는 분들 만나면, 이게 얼마나 애써 만든 건데⋯. 하며 작가 생각이 먼저 나, 괜히 화도 나고. 솔직히 말하자면 ‘됐으니까 안 팝니다.’ 하곤 문밖에 소금 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 가격 결정하려면 작가랑 다시 이야기되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괜히 상처 주는 일 같기도 하고. 컬렉터는 본인 입장에서 할 말을 한 것뿐인데 처음엔 그게 영 용납이 안 됐다. 그러니 아트 딜러로의 활동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개인적 성향 외에 아트 딜러가 가진 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정말 1%도 안 되는 몇몇 작가를 제외하곤 그림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구조더라. 왜냐하면, 이미 그림을 창작해내는 공급과 그림을 사는 수요의 비가 전혀 맞지 않아, 작품 가격은 낮아질 대로 낮아진 거지. 또 노동 시간이 많아, 문화를 즐기고 느낄 여건 안 되니, GDP 지수와 상관없이 기본 생활과 관계없는 다른 곳에 돈 쓸 심리적 경제적 여유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문화를 즐기고 느끼며 그 안에서 자기 색을 찾아가는 컬렉터도 없고. 그러니 그림을 판매하는 일이 재미있어지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첫 판매가 기억나나?
중견 작가분이 백인태 작가의 소품을 사 가셨다.
그 문화 갤러리도 올해로 9년째다. 그동안 그 문화 갤러리가 고집했던 가치 같은 게 있을까?
특별한 가치보다는 한 가지 원칙은 있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작가들에겐 ‘나 작가야!’ 하는 마인드가 없어야 한다는 것. 어깨에 힘 꽉 들어찬 작가들에겐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고 거들먹거리는 작가와도 안 친하다. 겸손할 줄 알고, 낮아질 줄 아는 작가와만 일해왔다. 또 예술을 배우지 않은 예술가를 존경한다. 그런 진짜 예술을 발견하고자 한 게 그 문화가 고집한 것들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예술적 상상이 행정적 문제와 연결되고 해결되는 것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 많더라. 개인적으로는 이 골목 안에서 문화와 예술을 위한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겠지. 그 문화 갤러리에선 글 쓰시는 50대 중반의 엄혜숙 선생님 그림과 20대 중반의 웹툰 작가 이슬아 씨가 함께하는 기획전을 계획 중이다. 그림 전공하지 않은 선생님이 그저 그림 그리는 자체가 좋아서 완성해내신 작품들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30년 터울이면 딱 한 세대인데 각 세대의 모습과 거기서 오는 차이 그리고 엄혜숙 선생님도 이슬아 작가 같은 시절이 있었을 테니까. 함께하면 재밌어질 것 같다. 또 이 골목 뒤에 있는 강화 카센터 사장님이랑 합정 종합공사 사장님이 취미로 만드신 작품들을 어떻게 전시할지 구상 중이다. 처음에 말씀드렸을 땐 손사래 치며 말도 안 된다 하셨지만 이젠 꽤 잘 받아주신다, 진짜를 발견해 냈으니 작품으로 인정받게 해드리고 싶다. 그 전시 정말 예술일 거다.